커플 라이프 16일차

생각하다 | 2009/10/20 15:40 | 이든 

오랜만에 글을 쓰네요. 바로 몇 주일전에 자괴감 가득한 글을 블로그에 써 버린 이든입니다만, 그 궁상이 무색하게도 글의 주인공과 사귀고 있습니다.

예로부터,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만 사실 남녀관계에서 열 번을 찍는다면 이미 그건 애정도 뭣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집이고 집착이죠. 그래서 여러 번 더 찍는 대신, 모든 내공을 끌어모아 혼신의 힘을 다해 단 한번 더 찍었고, 여러가지 상황들이 긍정적으로 작용해 준 덕분에 여기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여자친구는 중국 사람입니다. 남쪽 지방 사람이고, 한국에 온 지는 3년이 좀 넘었습니다. 중국어는 커녕 영어도 개털인 저와는 달리 영어는 물론이고 한국어도 굉장히 유창하게 하는, 능력있는 사람이에요. 그에 맞게 꿈도 큰 사람인데, 그럼에도 성격은 굉장히 소탈합니다. 이런 사람이 이제는 저를 필요로 하고 의지해 준다는게 얼마나 고맙고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바로 얼마 전 바닥까지 내려갔던 자존감이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와 있습니다.

 

난생 처음 경험해 보는 '평범한' 연애에요. 원거리도, 세컨드도, 어장관리도, 희망고문도 아닌 평범한 연애. 이것 저것 재는 것 없이 서로간에 1:1의 온전한 교감을 주고 받습니다. 집도 5분거리라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볼 수 있구요. 둘이서 같이 영화도 보고, 시험기간이면 같이 공부도 하고, 아프면 가서 죽도 끓여주는 그런 평범한 그 자체인 연애죠.

하지만 평범함을 손에 넣는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지금까지 살아온 바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가진 이 평범함이 소중한거죠.

 

여튼, 하루하루 충만한 기분으로 살고 있습니다.

자전거 여행 후기

생각하다 | 2009/08/05 17:05 | 이든 
허니와 클로버라는 제목의 만화가 있다.

미대생들의 청춘,방황,사랑,성장을 작가 특유의 밝고 따뜻한 필치로 그린, 꽤나 재밌는 만화인데
원작인 만화를 바탕으로 일본에서는 이미 애니메이션, TV 드라마, 영화까지 골고루 다 나와서
우리 나라에서도 꽤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판에서는 아오이 유우 나옴. 아싸;)

이 만화의 여러명의 주인공 중, 타케모토 유타라는 청년이 있다.
 
졸업을 앞두고, 취직도 결정됐지만 자기 미래에 대한 어떤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충동적으로 집을 박차고 나와서, 무작정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그렇게 아무생각 없이 달리다가 도착한 곳은 가까운 바다였다.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는 생각에 타케모토는 무작정 자전거의 페달을 밟기 시작하고
그렇게 중간에 이런 저런 일을 겪으면서 결국 일본의 땅끝에 도착하게 된다.



자전거 여행을 결심하게 됐던건, 사실 너무나도 사소한 이유였다.

타케모토의 자전거 여행이 너무나도 멋지고 빛나보였다는 그런 이유.


이 만화를 봤던게 2007년 겨울이었으니, 결심한지 꼬박 2년 반만에 실행에 옮긴 셈이다.


여행을 준비하는데는 생각보다 신경쓸 게 많았다.
만약을 대비한 수리공구도 가져가야 하고, 사용법도 다 새로 익혀야 하는데다
가는길에 자전거가 죽어도 못갈 길;이 있는지 지도도 꼼꼼하게 뒤져봐야 했고,
여행 도중 발생할 있는 여러가지 경우의 수에 대한 나름대로의 대비책을 새우느라
모은 돈의 절반 이상이 증발...ㅠㅠ


어쨌든, 여러 사람의 응원을 뒤로 채 7월 20일 09:30분. 포항에서 힘차게 페달을 밟으며 출발.



동해안쪽은 그래도 국도 정비가 굉장히 잘 된 편이라 달리기가 편했다.



가끔 나오는 실개천에 발도 담궈보고
느긋하게 앉아서 셀카질도 했었지만 셀카는 혐오감 유발 방지를 위해 검열삭제;


첫날엔 아무런 트러블도, 기억에 남을만한 것도 없이 달리는데 주력해서 양산 도착. 주행거리 97.64km.
그냥저냥 선방한 편이었다. 도로 정비가 이렇게 잘 되어 있었으면 달렸어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장거리 여행을 할 예정이니 체력 생각도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냥 양산에서 하루밤을 묵기로 결정했다.


충전기는 가져갔지만, 정작 카메라와 휴대폰을 충전해가는 걸 깜빡해서 사진이 없을 때가 듬성듬성 많다. 식사시간에 거쳐가는 도시마다, 맛있다고 소문난 음식은 다 먹어보고 다녔는데 사진을 얼마 못 남긴게 좀 아쉽다.


어쨌든 다음날엔 부산에서



돼지국밥도 먹고




부산 차이나타운에서 가장 맛있다던 부산역 앞 만두집인 홍성방에 들러 만두도 먹었다.

마지막으로 가 본게 3년 전인데 만두 맛이 변해서 실망했다.

앞으로 다시 갈 일은 없을 듯.


여튼 그렇게 계속 달려서, 이제 부산에서 김해로 넘어가야 하는데

....터널이 눈 앞에 버티고 있었다-_-;;


법적으로야 자전거도 터널을 통과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지만
(후미등도 갖고 다녔다)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사실이
내 30cm 옆으로 덤프트럭이 시속 70km로 달리는 걸 막아주진 못한다.


터널 통과할까 말까....하고 한참간을 고민하다가 결국 결심하고 터널 속으로 들어갔지만
난 5분도 채 지나기 전에 내 결정을 후회했다.


터널 안이라 가뜩이나 차 지나가는 소리가 크게 울려서 들리는데
30센치 옆으로 덤프트럭들이 바람을 가르며 한두대도 아니고 여러대가 계속해서 지나가면
그야말로 삼도천 바로 앞까지 갔다오는듯한 아찔함을 느끼게 된다.


온 몸에 비 오듯 흐르는 식은땀이라는 걸 처음으로 느껴보고, 어떻게 통과했는지 기억도
안 날만큼 긴장한 채로 어떻게 통과.


나오고 나서 보니까



터널길이 1.87km -_-;;;

난 진짜 5km는 더 걸은 느낌이었는데.
진정 죽고싶어 환장한 자의 짓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죽음이 바로 옆까지 오는 경험을 해 보고 싶다면 자전거 타고 터널 통과에 도전해 보시는 것도 괜찮슴미.


그렇게 김해를 그냥 지나서



김해대교를 지나 마산으로 갔다.

가는 길에, 중간에 길을 잃어 예정에도 없던 장유 신도시;에 도착하여
자전거를 점검하고 다시 찜질방행.


다음날 다시 달리기 시작해서 마산에 도착했는데, 비가 오기 시작했다.

웬만하면 뚫고 가겠지만 꽤나 장대비이기도 했고
계속된 찜질방 숙박에 피로가 풀리지 않았던 차에 이날만큼은 그냥 여관을 잡았다.


다음날까지 계속 이어지는 장대비에 결국 하루 더 묵고
밥 먹는 시간 빼고는 진짜 하루종일 잤다-_-;;;


다시 원기 회복해서 출발.

다음날 도착한 곳은 진주였다. 진주에서 가장 유명한 촉석루를 구경하기 위해서
진주성으로 향했다.




촉석루를 지나서 펼쳐진 오르막길. 아래쪽 멀리서 봤을땐 포졸들이 그냥 사람인 줄 알았다-_-;

자, 여기까지 왔으니 사진은 찍어야겠는데 이상하게 지나가는 사람이 얼마 없다.

한참을 두리번대다가 아래쪽에서 올라오고 있는 한 아리따운 아낙네를 발견하고 쪼르르
내려갔다.

"저기, 죄송합니다. 지금 제가 여행중이라서 그러는데, 이 카메라로 사진 한 장만 찍어주실 수 있.."









내가 살아오면서 실물로; 눈 앞에서 접한 것 중
가장 거대한 가슴의 소유자가 앞에 서 있었다-_-;;;;;;;;

시선 관리하느라 진땀 좀 뺐다. 허리도 가늘고 어깨도 좁아보이던데,

여튼 어깨 많이 아파보일 것 같은; 체형이었다.


헤헤 저기 너무 아름다우셔서 그러는데 어떻게 사진 한장만 좀;;;이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은 정말이지 굴뚝같았으나

내게도 사회적 위치와 체면이라는게 흠흠;


아쉽지만 부랄냄새 풀풀나는 포졸 모형;과 함께 사진을 찍는 것으로 마음을 달래야만 했다. 쳇.

그렇게 진주성 구경을 마친 후 내려와서 진주 변두리의 미리 알아뒀던 찜질방으로 직행.



다음날, 특별한 없이 계속해서 달리다 해가 떨어졌을때쯤 순천에 다다랐다.

광양에서 순천으로 가는 길에는 자전거 타고 넘어가긴 살벌한 오르막이 하나 있는데
저 앞을 보니 후미등도 없이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오르막을 가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아니 저런 죽고싶어 환장한 아저씨를 봤나-_-;;

"저기요! 앞에 아저씨!!"

...뒤돌아보는데 여자였다;


"해 져서 위험한데, 후미등 안 켜고 가세요?"
"아. 준비를 안해서요;" (어색한; 서울사투리)
"음, 그럼 제가 뒤쪽에서 후미등 켜고 테니까, 그쪽은 앞에 라이트 좀 켜 주실래요?
순천 가시는거 맞죠?"
"네, 맞는데...라이트가 없어요^^;"

결국 내 라이트를 빌려주고, 오르막 끝. 다시 내리막을 자전거로 달리기 시작했다.


....근데;

달려도 달려도 찜질방이 안 나온다-_-


전날 검색하기로는, 분명히 순천에는 찜질방이 꽤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가도가도 보이질 않고

겨우 아홉시를 넘은 시간인데 행인도 별로 없고

근처 편의점에 들어가서 물어봐도 잘 모른다는 대답만 반복.

그냥 근처에 여관 싼데, 거기서 묵는게 어떻냐는 권유를 하길래 결국 그렇게 하기로 했다.


각자 방을 잡고서, 샤워도 하고, 느긋하게 빨래도 해서 널어놓고 티비를 켜려고 하던 차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아까 자전거 타고 같이 온 사람인데요. 들어가면 안되나요?"

예 뭐 안될거까지야;

문을 열었더니, 한결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은 아낙이 한 명 서 있었다.

"무슨 일이세요?"
"음. 그게... 야식으로 통닭 시키려고 하는데, 혼자 먹긴 양이 좀 많잖아요.
통닭이랑 같이 맥주나 한잔 하실래요?"
"아. 맥주 좋죠. 그럼 제가 시킬게요."


그러고서 맥주를 사러 같이 편의점으로 나왔다.

편의점에서야 이 아낙을 밝은 아래에서 최초로; 볼 수 있었는데

키는 나보다 약간 작은 편이었지만
자전거 타는 사람 그 특유의 탄탄한 허벅지는 물론이고 전체적으로 몸이 탄력있어 보였다.

허벅지만이 아니라, 몸 전체가 잘 단련되고 몸에 중심이 잘 잡혀서 이미 걷는 뒷모습 자체가
그리 평범하지 않았다.


예전에 사귀던 여자친구가 몸이 딱 이랬는데,(특공무술 4년차였음;)
자세히 물어보진 않았지만 뭔가 따로 운동하는게 있는 모양이었다.


솔직히 싸우면 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_-;;;


맥주를 사서 같이 방에 들어오니 전국민의 절반이 시청하는 찬란한 유산이 시작하고 있었다.

와 백성희 저 죽일년;;나쁜년;;; 소리를 연거푸 하던 차에 통닭이 왔고,

같이 닭발을 뜯기 시작했다.


백성희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는; 장면에서 드라마가 끝이 났고
둘다 술이 적당히 들어가서 알딸딸한게 기분 좋은 상태.


덕분에 어색함이 사라져서 이야기를 쉽게 나눌 수 있었고

내가 포항사람이라는 말을 하자마자 바로 진한 대구사투리가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_-;
자기 이번 목적지는 광주라고 했다. 친구 만나러 간다고.

땅끝까지 간다고 했더니 부럽다면서 자기도 내년에는 땅끝에 가볼거라는 이야기를 했다.

하루종일 자전거를 타서 그런지 여기저기 뻐근해서 기지개를 켜며 굼싯거리면서 보니
눈앞의 이 아낙 역시도 마찬가지인 듯 피곤해보였다.


때는 한여름.

여관의 에어컨은 고장나서 낡은 선풍기만 덜덜거리며 돌아가는 상태였고
술을 먹은지라 체온은 높아져가면서 슬슬 더워지기 시작했다.


"겉옷 좀 벗어도 되죠?"
"아 네.뭐...더우시면 그러세요."


반팔 후드집업을 벗고 나서 그 아낙은 매우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아 물론 복장도 더욱 편해졌.

중간중간 몸을 안 풀어준 모양인지 어깨쪽의 근육통을 호소하면서 칭얼거렸다.

"아, 저 스포츠마사지 할 줄 아는데, 한번 해드릴까요?"
"아, 정말요?"
"자격증은 없지만 체대에 친구들이 몇명 있어서요.^^;"

늘 익숙한 순서대로 나는 그 아낙의 등 뒤로 자리를 옮겨서
목과 어깨를 이완시켜주기 시작했다.

목에서 출발해서 어깨를 지나 다시 날개뼈쪽으로 손이 향했고
그 근처를 계속해서 눌러주니 탄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음...(마사지) 안 해본지 6개월인데 이 정도면 아직 죽지;않았구나.흠흠

감탄이 나오거나 말거나 난 언제나 한결같으므로
오른손은 그대로 등을 계속 눌러주면서 왼손은 다시 어깨를 지나 팔 위쪽으로 다다랐다.


이쯤 되니 온몸에 힘이 죽 빠지면서 긴장이 풀리는 상태.

이미 마사지가 문제가 아니었고 뭔가 알 수 없는 야릇한 공기 속에 우리는 눈이 마주쳤고 그대로

























일이 났을리가 없잖아요 아니 이게 무슨 야설도 아니고-_-;;;;



손모가지 걸고 아무 일도 없었음미.

그렇게 술이 다 될때까지 여행하던 이야기를 즐겁게 나누다가 아낙은 열두시 반쯤
방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갈림길에서 방향이 달라진 우리는 아침 일찍 아쉬운 작별을 하고 각자의 길로 향했다.


연락처도 안 주고받았던 그 아낙은(헤어지고 나서야 생각났다;) 목적지에 잘 도착했으려나.


그렇게 나는 가도가도 산밖에 없는 험한 길을 지나
(시발 남해안에 산이 왜 이리 많아;;;)

저녁 열한시쯤에 간신히 해남읍에 도착했다.

해남읍에서 다시 땅끝까지 가는데만도 반나절이 걸리는지라, 더 이상은 무리였다.


그래도 남해안의 해질녘 풍경은 정말이지 보는 사람의 혼을 빼 놓을만큼 절경이었다는게 다행.

황홀함에 젖어 장관을 볼 수 있었다는 건 자랑
카메라를 다룰줄 몰라 사진이 이따위로;;밖에 안 나온건 안 자랑.





마지막 날, 아침 일찍 땅끝을 향해 나섰다.

아침을 든든히 먹고 가자는 생각에 근처에 있는 아무 식당에나 들어갔는데 세상에
5천원짜리 백반 하나 시켰는데 반찬이 16가지가 나온다-_-;;;;



역시 음식은 전라도.

마지막 날에 날 이렇게 감동시키다니 ㅠㅠ


좆빠지게 달려 땅끝마을에 도착했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땅끝탑으로 가려면 마지막 언덕을 넘어야 하는데, 여기 경사가 제법 되는지라 마지막 관문이다.

헌데, 넘어가고 있는데 길 양옆으로 벽에 낙서가 있다. 빼곡하게.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_-;;;;


나도 그냥 가기 아쉬워 한 줄 남겨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나는

7박 8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땅끝에 도착했다.



열심히 달려 도착한 땅끝에 뭐가 있었냐는 물음에는

아래의 만화 두 장으로 답을 대신하려 한다.


정말, 그랬다.

무엇을 위해서 땅끝까지 달렸는지는 지금 생각해도 잘 모르겠고

달리는 중에 뭔가 재밌는 일이 많았냐고 물어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음악도 없이 하루에 열시간에서 열두시간씩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게

전혀 지루하지 않았던 것이 그 의문에 대한

작은 해답이 되지 않을까 싶다.


다만, 갔던 길을 한번 더 짚어서 땅끝에는 이젠 가지 않을 것 같다. 걸어서라면 또 모를까.

이상 단촐한 땅끝마을 여행 후기 끝.




ps. 땅 끝에서 찍은, 득도한 듯한; 표정. 지금와서 보니, 나한테도 이런 얼굴이 있었구나 싶다.



자전거 여행을 떠납니다.

생각하다 | 2009/07/20 07:46 | 이든 

저 보자고 올리는 거긴 합니다만-_-; 이게 제가 갈 길의 지도입니다. 여행을 결심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는 『허니와 클로버』에서 타케모토가 한 자전거 여행 때문이라고 절대로 말 못합니다....

이 여행의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지금까지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잘 다녀오고 후기 쓰겠습니다~

서태지의 여덟번째 정규앨범

생각하다 | 2009/07/02 22:07 | 이든 

1. MOAI
2. HUMAN DREAM
3. T'IKT'AK
4. BERMUDA [Triangle]
5. JULIET
6. COMA
7. REPLICA
8. 아침의 눈
9. MOAI [RMX]
10. T'IKT'AK [RMX]
11. BERMUDA [RMX]
12. COMA [NATURE]

리믹스를 제외하면 전체 트랙수는 8개. (나는 리믹스는 그다지 인정해 주고 싶지 않다;) 앨범만의 오리지널 곡은 2곡, 7번과 8번 트랙이다.
MOAI에서 COMA로 이어지는 라인은 이미 지난 싱글에 수록되었던 곡들이고, 이번에 앨범을 내면서 모두 새로 마스터링을 했다는데 사실 그렇게까지 큰 차이는 느껴지지 않는다. 사실 언제나 집착에 가까운 편곡을 보여주며, 사운드에 욕심이 많기로 정평이 난 서태지가 싱글 발매에서는 어련히 신경을 안 썼을까.

서태지는 언제부턴가 새로움의 상징이자 장르의 틀을 깨는 천재 아티스트라는 이미지가 꽤 강했었는데, 사실 7집 「Issue」때도 그랬고 이번 앨범에서도 뭔가 '서태지만' 할 수 있는 특별함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거의 편집증적인 수준의 편곡으로 곡의 음악 앨범이라기보다는 거대한 정밀기계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줬던 5집이나, 특유의 날 선 느낌이 가득하던 6집에 비해서 그 후의 행보는 다소 밋밋한 감이 있다. 뭐 그럴수도 있겠지. 까놓고 말해서 서태지가 천재는 아니니까.

8번 트랙 「아침의 눈」을 타이틀로 내세운 건 물론 어쩔 없는 선택이긴 했겠지만, 그래도 아쉽다. 전반적으로 하드코어의 느낌이 강한「Replica」 보다는, 방송활동을 염두에 두고 좀 더 말랑말랑한 곡들을 쓰는 게 상업적으로 합당한 선택이긴 하겠지만, 사실 「아침의 눈」은「MOAI」나 「Juliet」같은 다소 밋밋하고 평범한 느낌의 곡들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좀 모험이 되더라도 「Replica」를 타이틀로 걸었으면 어땠을까 싶었는데.

직접 들어보면 알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 앨범에서 명곡이라 불릴 만한 트랙은 「Replica」와 「MOAI」정도가 아닐까 싶다. 이 둘은 분위기는 다르지만, 사운드들을 모두 짧고 간단한 음원 단위로 가져와서 자신이 생각한 구성대로 조합하고 배치해서 곡을 완성하는 작법 면에서 많이 닮아 있다. 좀 더 자세히 들어봐야 알겠지만, 레플리카의 경우는 훌륭한 완급조절과 여타 사운드의 효과적인 사용으로 밴드 연주만으로 거의 오케스트라에 가까운 박력을 표현해 내는 경악스러운 짓을 하는데 성공했다. 처음 들을때 박력에 어안이 벙벙할 정도였으니 이건 뭐...

8집은 5집의 작법으로 6집의 감성을 재현한 앨범 정도가 되지 않을까..하는 추측을 첫 싱글이 나왔을 때 한 적이 있는데, 레플리카에 한해서는 어느 정도 맞아떨어진 것 같다. 다만, 첫번째 싱글의 3곡이 앨범 전체의 트랙 구성의 유기성을 위한 인트로의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은 거의 빗나간 것 같지만.

여튼, 서태지. 이번 앨범은 실망도 만족도 아닌 미묘한 수위다. 레플리카는 맘에 들었고, 곡 자체의 퀄리티들은 굉장히 높은 편이지만 그렇다고 그게 앨범 자체의 완성도와 직결된다고는 볼 수 없는 노릇이잖은가. 온갖 명곡이 다 들어간 마이클 잭슨의 컴필레이션 음반인 『The Essential Michael Jackson』이, 예술에 가깝게 구성된 트랙의 『Thriller』보다 결코 명반일 수 없듯.
태그 : 서태지

아아 비정규직

생각하다 | 2009/07/02 20:47 | 이든 
집 근처 레스토랑에서 알바를 하는데, 두달 조금 넘었다. 정직원은 아니고 저녁시간대 파트타임인데, 그동안 한 번도 조기퇴근을 한 적이 없었건만 오늘은 손님이 너무 적다는 이유로 인하여 조기 퇴근.

정직원이라면 이런 일 없었겠지. 젠장.